환자의 시선으로 본 간 건강 이야기

‘간을 잃기 전에’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건강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단상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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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간 속 두 시선의 간극을 상징하는 환자의 시선
의료 공간 속 두 시선의 간극을 상징하는 환자의 시선

우리는 아직, 건강을 이야기할 수 있는 때입니다

– ‘간을 잃기 전에’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내 간을 지켜줘’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사실 이토록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쏟아질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건강 정보 사이트, 그렇게만 머물고 싶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혹은 잃어버릴 뻔했던 시간을 붙잡고자 하는 마음이 모인 이곳에서, 우리는 ‘간을 잃기 전에’라는 이름으로 7편의 웹드라마를 만들었고, 배우들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다음을 준비하며 제가 느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질병을 대하는 자세 – 의료진과 환자의 거리

저는 공대 출신에, 수십 년 동안 IT업계에서 각종 프로젝트로 단련된 전형적인 ‘계획형 인간’입니다. 언제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 예측을 바탕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살아왔죠. 그래서였을까요. 제가 만난 의료 현장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환자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정서가 하나 있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병원에서는 그냥 몇 달 후에 다시 보자고만 하네요.”

물론, 의료진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질병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면, 섣불리 개입하는 것보다는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환자에게는 그 시간이 불안의 연속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기엔,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민감하고 절박합니다.

특히 간 질환처럼 ‘무증상’으로 조용히 진행되는 병일수록, 병원에서의 “아직은 괜찮습니다”는 말이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경계선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질병에 맞서는 가장 좋은 무기는 이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문가처럼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환자로서 필요한 수준까지는 정확히 알아야, 의료진의 설명을 자신의 몸과 삶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는, 단순한 정보로는 부족합니다.

무섭고 딱딱한 용어들이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들려야 하고, 때로는 나 대신 말해주는 말투로, 나의 선택을 도와야 합니다.

건강한 20~30대는 질병의 무서움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건강 정보’라 하면 흘려듣기 쉽죠. 하지만 진짜 건강관리는 병이 오기 전에 시작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병처럼 느껴지는 건강관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다르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간을 잃기 전에’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담담히 바라보는 이야기였지만, 다음은 다르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맛있게 먹고, 가끔은 무너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건강.
운동을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재밌어서 하게 되는’ 경험.
잘못된 습관이 있다면, 정죄가 아닌 리커버리 가이드를 함께 찾는 이야기.

그래서 앞으로의 ‘내 간을 지켜줘’는 더 일상으로 내려오려 합니다.
식단도, 운동도, 회복도, 모두 ‘현실 가능한 버전’으로 풀어서요.
이미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도, 아직 아프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말이죠.


당신의 삶이 건강과 거리를 두지 않기를

이번 콘텐츠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조금 더 가깝게, 조금 더 따뜻하게, 그리고 조금 더 유쾌하게.

당신의 하루가, 당신의 간도 좋아할 수 있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늘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 ‘내 간을 지켜줘’ 운영자 드림.

간지남

건강을 무시하던 환자에서, 실천하는 사람으로 의사는 아니지만,
질병과 매일 사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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