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람들을 보는 의사의 시선
✅ 주인공 정보
한유석 (韓惟晳),
惟(오직 유) + 晳(밝을 석), 오직 ‘밝은 설명’에 사명을 다하는 사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일에 일생을 바친 사람. 환자의 입장에서 ‘희망’을 전달하려 애써온 따뜻한 내과의사.
60대 초반 남성,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환자와 보호자에게 항상 설명을 차분하게 해주는 중년 남성 의사. 30년 넘게 환자들을 지켜봐온 베테랑 의료인.
반백 머리, 각진 얼굴, 안경 착용, 깨끗한 흰 가운과 셔츠+넥타이. 가운 주머니에는 늘 펜이 꽂혀 있다.
침착함, 연륜, 사명감, 애틋함, 때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캐릭터는 이해보다 납득을 중요시하는 설명의 대가, 따뜻한 전문성의 상징입니다.
1. 환자가 진단받는 순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환자.
검사 결과를 앞에 두고 말문을 여는 순간,
표정만 봐도 어느 정도는 압니다.
“설마 그렇게 심한 줄은 몰랐어요.”
“정말 간경변이 맞나요?”
환자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저는 수없이 봐왔습니다.
수치를 무시하고, 신호를 넘기고, 결국 늦게 오는 사람들.
2. 간이 ‘딱딱해졌습니다’라는 말
초음파상 간은 거칠었습니다.
탄성도 검사 수치는 높았고,
혈액검사에서 혈소판은 줄었고,
비장이 약간 커져 있었고.
결정적 단어는 ‘섬유화(Fibrosis)’입니다.
간이 상처 입고,
그 자리를 딱딱한 섬유조직이 메우기 시작했단 뜻이죠.
그리고 그게 계속되면,
간은 ‘간경변(Liver Cirrhosis)’이 됩니다.
3. 간경변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약 먹고 회복되나요?”
“식이요법 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요?”
간경변은 완치가 아닙니다.
‘진행을 늦추는 것’이 전부입니다.
딱딱해진 간 조직은
다시 말랑해지지 않습니다.
회복이 아니라, 억제입니다.
4. 그런데, 그 이전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방간 → 지방간염(NASH) → 섬유화 → 간경변
이 순서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섬유화 이전 단계까지는 되돌릴 수 있습니다.
체중 감량, 절주, 운동, 식단 조절만으로도
수치는 돌아옵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환자는 그때 오지 않습니다.
피곤해서, 바빠서, 별일 아닌 줄 알았다고 하며
간이 말을 멈춘 뒤에야 오십니다.
5. 나는 환자를 탓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은 해야 합니다.
“왜 이제 오셨어요.”
저는 그 말을 꺼낼 때
매번 가슴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말을 꺼내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은 아프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험합니다.
6. 다음 이야기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뭐든 해봤죠.”
다음 이야기는 환자 본인의 시선입니다.
간암이라는 단어 앞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던 사람’의 기록입니다.
<간을 잃기 전에> 5편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뭐든 해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