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피곤한 줄 알았던 어느 날의 기억
✅ 주인공 정보
정무진 (鄭茂鎭),
茂(무성할 무) + 鎭(진정할 진), 겉으로는 풍성하지만 속은 눌린 상태. 내면은 고요하지만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는 인물. 회식자리에서도 말없이 존재만 남는 그의 ‘무거움’과 ‘체념’을 상징함.
만 34세 남성, 대기업 사무직, 업무 스트레스가 많고 자기 몸 관리를 방치한 상태. 팀 내 막내지만 연차는 6년차.
살이 많이 찐 체형, 셔츠 단추가 약간 벌어진 흰색 와이셔츠, 느슨한 넥타이, 넓은 이마와 피곤한 눈이 특징적이다.
피로, 무기력, 체념, 우울, 외면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의 현실.
이 캐릭터는 직장 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홀로 올라와 고군분투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설정해봤습니다.
1. 이런 경험,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올해도 건강검진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매년 하는 일이라
그냥 정해진 스케줄처럼 다녀왔습니다.
결과지를 건네받고,
숫자들을 스윽 훑어보다가
ALT 78, AST 66이라는 걸 봤죠.
“지방간이시네요. 체중을 좀 줄이셔야겠어요.”
간호사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게 전부였어요.
2. 다들 그러잖아요. 저만 그런 것도 아니고요.
사무실에 돌아와 앉아 있었는데,
‘아, 지방간이라…’
별 느낌이 없었습니다.
“요즘 사람들 다 그러지 않나?”
“그래도 간염이나 그런 건 아니잖아.”
야근, 회식, 라면…
저만 그런 것도 아니고,
딱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호들갑일까 싶었습니다.
“괜찮겠지요. 아직 젊은데.”
그렇게 넘겼습니다.
그땐 그게 당연했어요.
3. 그런데 요즘 이상하긴 합니다.
피곤이 잘 안 풀립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뱃속이 더부룩하고,
왼쪽보다 오른쪽이 자꾸 눌리는 느낌도 납니다.
이것도 그냥,
스트레스? 위장?
그 정도겠지 싶었는데…
며칠 전,
같이 야근하던 선배가 갑자기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 수치가 너무 올라서 바로 입원했대.”
선배는 나보다 살도 덜 찌고,
건강하던 사람이었는데요.
그날 이후,
자꾸 내 수치가 생각납니다.
78, 66.
그 숫자가 머릿속에 남아 떠나질 않네요.
4. 그냥 피곤한 게 아니면, 어떡하죠?
무섭지는 않습니다.
아직은요.
그런데…
어쩐지 불안합니다.
내 몸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계속 못 들은 척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지방간이라는 말.
그게 정말 별거 아닌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가볍게 넘긴 건지.
“이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의 실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이런 사람을 곁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5. 다음 이야기
“간수치 좀 높은 거, 그렇게 심각한가요?”
다음 편에서는 그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그 숫자를 한 번쯤 무시해보신 적 있나요?
<간을 잃기 전에> 2편 – “간수치 좀 높은 거, 그렇게 심각한가요?”